C컴퍼니:Rose day



9시 반, 석영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에 비하면 그래도 이른 편이었지만 아무리 익숙해졌다고 해도 야근이 달가울리가 없었다. 피곤한 뒷목을 주무르며 건물을 벗어나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회사와 역은 그나마 가까운 편이지만, 석영이 사는 집엔 언제나 사람이 붐비는 2호선에 몸을 싣고 삼십분간 흔들려야만 도착할 수 있다. 정말 조만간 계약 만료되면 가까운 쪽으로 옮기든가 해야지. 그 생각은 석영이 퇴근할 때마다 습관처럼 떠올리는 것 중 하나였다. 최근 들어 유난히 자주 생각나는 건 그가 실제로 5분 도보로 출근하는 사람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신도림. 그러니까 자신의 ….

문득 사람들이 개미굴처럼 몰려드는 지하철역 입구에서 석영은 천천히 옮기던 걸음을 멈춰세웠다. 당연하게 이어지던 생각이 새삼스러운 질문 앞에 같이 발을 멈춘다. 우리를 뭐라고 정의해야 하지.

그를 원했다. 탐했고, 몰두했고, 안았었다.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부정할 수도 없을 만큼 단단하게 사로잡혔다. 도림은 어느새 석영에게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순간 자신은 그를 표현할 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와 자신의 관계에 붙이고 싶었던 이름은 있었다.
그러나 염치없이 부르기 전,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가? 

시선의 끝에 우연처럼 역 입구 앞 작은 가판대가 눈에 밟혔다. 아침만 해도 없었던 건데. 석영은 충동적으로 가판대 위에 놓여있던 장미꽃 한송이를 샀다. 그리고 걸음을 돌렸다. 도림의 오피스텔이 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도림이 손끝으로 알려준 비밀번호를 기억하는 석영은 전자락 앞에서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나 결국 전자락을 여는 대신 벨을 누른다. 등 뒤에 한송이의 장미와 마음을 숨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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