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컴퍼니:잔열

그 복도가 화장실에서 멀지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석영은 빠르게 멀어지는 그 등을 한참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입가에 그림처럼 맺혀있던 여유는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타액으로 젖었던 입술은 금방 바짝 말랐다. 한발짝 두발짝 떼던 걸음은 점점 급해졌다. 마지막에는 반쯤 뛰다시피하는 급한 걸음으로 화장실칸 하나를 박차고 들어갔다. 닫힌 문에 등을 기대고 성마른 손길로 이미 반쯤 발기한 제 것을 꺼냈다. 손 한번 갖다댄 적 없는데 이모양이다. 시발. 익숙한 쾌감을 좇아 손을 움직이면서 석영은 눈살을 울컥 구겼다.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은근한 열감과 별개로 가슴이 답답했다. 그 온도 차이.

차 대리의 모든 걸 가지고 싶어요.
차 대리…, 저는 이게 진짜 잘하는 짓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진심일 수 없다는 건 알았다. 석영은 그의 진심을 위해 노력한 적이 없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 법이다. 공들인 적도 없으면서 욕심내는 게 얼마나 웃긴 일인지도 알았다. 다, 알고는 있었는데. 왜 그렇게, 그 차이에 비참해졌는지.

내 마음 마음껏 이용해줘도 좋은데….


뚜렷한 지문으로 훑고 문지르던 귀두 끝이 팍 튀었다. 석영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그순간 아주 발을 잘못 들였다는 생각을 했다. 가볍게 시작한 장난에 오히려 혼자만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진심이 아닌 걸 알면서도 진심이 됐다.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애초부터 걸음조차 들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어떻게. 마른 손가락으로 열오른 얼굴을 쓸면서도, 흘끔흘끔 달라붙어오는 그 열렬한 시선을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깊고 나른한 한숨, 시선을 피하다 결국은 꾹 감기던 눈, 가늘게 떨리던 속눈썹. 포피를 밀어올리며 치대는 손길이 급해졌다. 석영은 절정의 끝을 잡아채며 마른 입술 사이로 새던 야한 신음과 쾌락을 못이겨 젖힌 목의 두드러진 목젖, 허벅지에 스스로 문지르고 보채던 모습 등을 마구잡이로 떠올렸다. 그러나 그 모든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제가… 차 대리를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석영을 비참한 절정으로 떨어트린 건 그 거짓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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