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컴퍼니:불장난

…으.

도린의 흰 가슴은 가늘고 긴 선영의 손가락 안에 부드럽게 꽉 들어찬다. 선영은 언젠가 이야기로만, 혹은 야한 소설에서만 접했던 내용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말캉하고 부드러운 살이 손바닥 안에서 미끄러지는 감각이 묘하고 낯설어 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 아니, 비단 그 감각 뿐만 아니라 지금 상황 전부가 그렇다. 블라우스의 단추를 네 개나 푸르고 종종 교복 너머로 아슬하게 비치던 남색의 브래지어를 밀어올린 채 맨가슴을 드러낸 도린과 그 가슴을 매만지고 있는 자신. 

선영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어떡하다, 여기까지 왔지? 맹세코 선영은 한번도 도린을 상대로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이 여행가셔서 집이 빈다는 이야기에 냉큼 따라왔을 때만 해도, 같이 영화를 보고 웃긴 웹툰을 보며 시시덕거리고 엎드려서 전에 이야기했던 책을 나란히 보고 그런 걸 상상했을 뿐이었는데….

-아,


순간 도린의 입에서 탁 터지듯 나온 숨결 반 신음 반의 단 소리에 선영은 잔 생각에서 깨 무심코 손끝을 움찔거렸다. 조금 긴장해서 땀이 밴 손끝에 툭 도드라져 닿는 게 있었다. 꼿꼿하게 일어선, 아. 선영 역시 이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지문으로 그 곤두선 끝을 문지르다 배운 적도 없는데 홀린 것처럼 손가락으로 슬쩍 감고 비튼다. 힉. 처음으로 도린이 화드득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웅크렸다. 흰 어깨, 늘어진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귓바퀴, 보기좋게 도드라진 광대 위. 도린의 새하얀 몸의 꼭짓점마다 발그스름하게 열이 올라있는 게 빤히 보였다.

서, 선영아. …이제 그만.

맹세코 선영은 한번도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정말 없나?


기분, 좋아요?

자타가 공인하는 바, 선영에겐 길들여지지 않는 망아지같은 구석이 있었다. 맹랑하고, 당돌하고, 꼿꼿하게 턱 끝을 쳐든 채 마지막까지 대드는. 그리고 도린은 항상 그런 선영의 모습에서 유일한 예외였다. 선영은 한번도 그녀의 말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도린의 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선영은 여전히 손안에 감기는 살을 조금 더 대담하게 주무른다. 아까처럼 마냥 상황에 휩쓸린 태도는 아니었다. 선영은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수가 없는 걸. 이렇게 건드릴 때마다 즉각적으로 돌아오는 반응을 보면.

아, 우리 야한 짓 하고 있구나. 

아랫배 어딘가에 열이 고인다. 선영은 허벅지를 모로 꼬면서 상체를 좀 더 천천히 숙여 도린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들썩이는 어깨와 끊길 듯 이어지는 신음소리, 무심코 짓씹었는지 발개진 입술, 눈을 꼭 감은 도린의 속눈썹이 잘게 떨리는 광경같은 것을. 

혀 …내밀어봐요. 선배.

지금은 어떻게 키스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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